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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in the light/100 cities

002. Sleepless in, 시애틀

Seattle

2021

 

별 의미 선택한 002

그레이아나토미와 프레이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 시애틀. 주 택스가 없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질로우 같은 매력적인 테크 회사 본사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 스타벅스가 탄생한 도시. 캐나다와 굉장히 근접해 있고 주변에 대자연이 많아서 아웃도어 액티비티 매니아들을 부르는 곳.

도시 곳곳에서 레이니어 마운틴 파크가 보이는데 만년설이 있어서 왠지 후지산이 생각난다. 높은 빌딩은 다운타운에 모여 있는데, 그렇게 크지 않아서 걸어서 돌아다니기 좋다. 게다가 대중교통도 미국 도시치고는 굉장히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다만 서울 같은 도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좀 지루할 것 같다. 근데 이건 뭐, 뉴욕, 도쿄 정도 빼곤 어디나 그럴 듯.

노숙자나 히피들이 많았는데 애초에 젠트리피케이션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위로 넘어온 것도 같고, 또 코비드 이후 많이 늘었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텐트들이 쳐있는 모습들을 보면, 복지 사각지대가 있다고 하기엔 사각지대가 넘나 넓은 미국의 민낯이 여실히 보인다. 

아시아인들이 살기는 확실히 좋다. 어쨌든 미국 대도시 중에 한국과 가장 가깝고 (비행기로 9-10시간 정도. 뉴욕 - 서울은 13-14시간이다.) 아시아인도 많기 때문이다. 뭐 물론 그렇다고 아시아 음식이 맛있진 않았다.  

1년 내내 엄청 덥지도 않고 엄청 춥지도 않지만 5월부터 9월 정도까지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워 보이는 때 빼고는 비도 많이오고 흐리다고 한다. 4월 중순에 갔는데 24도 정도로 특이하게 날이 좋아서 시애틀의 가장 예쁜 모습을 보고 올 수 있었다. 

 

볼 것
Pike Place Market
파머스 마켓으로 해산물이나 과일, 꽃을 팔기도 하고 베이커리, 카페, 레스토랑도 즐비하다. 


이 길을 따라 스타벅스 1호점도 자리해 있는데 굉장히 작아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이 말이 떠오른다. 항상 줄이 길다는데 오후에 갔더니 줄이 없어서 그냥 들어가서 구경했다. 근데 예쁜 것도 없고 커피를 굳이 스타벅스에서 마시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나왔다.

날씨도 좋았고 코비드도 좀 수그러든 때라서 곳곳에 사람들이 많았다. 긴 적막을 깨고 다시 찾은 활기가 생경했다.

길게 늘어져 있는 상점에는 꽃이나 과일, 채소, 수산물 등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고, 베이커리나 레스토랑도 많다. Three girls bakeryLe Panier 같은 베이커리, 클램차우더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Pike Place Chowder 등이 있다. 

 

근처 Rooftop도 갔다. 

 

아마존의 도시
아마존 헤드쿼터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곳곳에 아마존 흔적이 가득하다. 각종 비즈니스 테스트베드로 쓰고 있기도 하고. 

아마존에서 평점 4점 이상의 물건들을 모아서 팔고 있는 팝업 스토어다. 온라인 채널로 시작한 브랜드들이 경험을 제공하고 일종의 브랜딩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지컬 스토어를 열고 있는데 아마존이 꼭 이런 걸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Warby Parker가 안경을 온라인으로 팔면서 간단한 AR로 사이즈나 핏을 확인하게 해 주고 트라이얼 셋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던 건, 가격 대비 좋은 퀄리티/디자인을 체험해 보게 하겠다는 것(즉, 아주 싸지만은 않은 브랜드라는 점), 안경이라는 제품의 특수성 등에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마존은 브라우징보다는 필요한 상품을 찍고 검색하는 곳이자, 이미 알고 있는 공산품을 싸고 편하게 사는 곳, 또는 브랜드가 없더라도 싼 가격과 안심할 만한 평점의 조합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곳인 것 같다. 와 아마존에서 평점 4점을 맞은 제품이란 이런 곳이로구나! 하며 구경하기엔 좀 애매한 것 같다. 

 

볼 것

미술관

원래 Seattle Art Museum (SAM)을 가고싶었는데 아직 정상 오픈을 하지 않았다. FRYE Art Museum이 카페 가는 길에 열었길래 들렀다. 날도 좋고 동네도 좋고, 조그만 미술관이었는데 여러 가지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는 듯. 

 

가장 솔직한 것은 왜 아름다울 수 없을까. 한 겹 더한 레이어, 포슬린 피부, 아무런 흠도 없는 상태를 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주저하는 마음, 음영 차이가 있는 피부색, 듬성듬성 나 버린 털, 이런 것들은 왜 아름답지 못할까. 왜 그런 건 숨기고 싶은 것일까. 왜 우리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멀어져서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갖고자 할까. 아름다움은 주입된 것일까, 아님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본능은 과연 추상적이기만 할까. 예를 들어 사회심리학에선, 여자의 허리와 골반의 이상적인 ratio를 선호하는 이유가 그것이 정말 아름답다기 보다는 건강한 2세를 갖고 낳겠다는 아주 실용적인 본능이라고 한다. 

 

시애틀은 걷기 좋아서 혼자 걸어다닌 날은 2만 보씩 걸었다. Pike Place Market에서 밑으로 내려가서 길을 따라 쭉 걸어보았다. Great Wheel을 지나 걷다보니 Olympic Sculpture Park가 나왔는데 길을 따라 쭉 걷기 좋았다. 그러다 어떤 날은 Kerry Park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Space Needle을 지나 Bill & Melinda 재단 건물도 지나 올라갔다. 



Kerry Park

이 곳에서는 Space Needle과 Mountain Rainer가 보였다. 시카고에 와서 처음 봤던 미드 중에 Fraisier가 있는데 되게 오래된 미드여서 재밌을까 싶었지만 몇 번을 돌려봤다. Fraisier 집에서 Space Needle이 보였는데, 데이트를 집에 데리고 와서 뷰로 인상을 남기려는 모습이 웃겼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똑같고 몇 십 년이 지나도 사람들은 비슷하다. 

이 뒤에는 Grey's Anatomy의 Meredith Grey가 사는 집이 있다. 

 

Seward Park

시카고처럼 추워지진 않지만 시애틀도 1년 내내 사뭇 우울한 날씨가 이어진다. 4월 중순에 이상하게 날이 좋아서 공원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와 있었다. 내가 여행 기간을 고른 게 그냥 accuweather에서 매년 4월 중 날이 가장 좋은 때가 언젠지 보고 고른 거였다. 이래서 데이터 데이터 하는 구나 싶다. 뭐 지구는 계속 돌고 있고, 해를 도는 지구와 지구를 도는 달과, 등등등 등등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모여 딱 그 쯤에 항상 날이 좋은 거겠지. 무엇이 변수인지 밝히지 않아도, 변수 간, 변수와 결과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많으면 예측되는 것들이 있다. 대부분은 맞고. 이 쯤 되면 굳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믿고 가면 되는 게 참 많은데 쓸데없는 생각이나 감정이 가끔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것 같다. 

 

Bainbridge Island

페리를 타고 섬으로 나갔다. 중심가라고 해 봐야 조그만 마을인데 아기자기한 소품샵과 레스토랑들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집과 베트남식 요리를 하는 곳이 유명하다. 여기서 살면서 매일 페리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도 이런 페리를 타고 출근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먹을 것
커피
스타벅스의 고장이지만 스페셜티 카페가 굉장히 많다. 포틀랜드에서 유명한 카페 몇 개를 가 봤는데 나는 사실 시애틀에서 마신 커피가 더 맛있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은 Capitol coffee works였는데 강하면서도 왠지 톡 쏘는 느낌이 들었다. Pike Place Market에 있는 Storyville 도 좋았다. 


해산물
시애틀은 굴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맛있긴 했는데 이전에 다른 곳에서 특별히 맛 없는 굴을 먹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차피 굴을 먹은 곳이라고 해봐야 뉴욕, 샌프란시스코인데 다 맛있었다. 다만 시애틀이 확실히 물가가 싸다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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