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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in the light/100 cities

001. 마드리드, 먹고 마실 것

Madrid / Food & Drink

 

쌀국 스페인의 오시오끼

스페인의 경제를 먹여살리는 주요 산업은 무엇일까. 당연히 관광업을 내포한 서비스가 약 70%로 일등, 그 다음 약 20%로 상업(텔레포니카 - 통신사, 방꼬 싼탄데르 - 은행 등), 그 다음은 2% 정도로 아주 작긴 하지만 농업이다. 농업은 2015년 기준 스페인 수출액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비옥한 토양과 따갑기까지한 태양 덕분일까. 하긴 발렌시아의 토마토 축제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잘 자라길래 그렇게 토마토를 던지나 싶기도 하다. 의외로 쌀을 많이 기르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쌀을 많이 먹는 편이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쌀은 무엇일까? 동북아시아인이 매끼니 쌀을 찾듯 유럽인들은 빵(과 감자)을 찾는다. 스페인 사람들이 아무리 쌀을 많이 먹어도 그들에게 쌀은 주가 되는 탄수화물은 아니고, 밀과 같은 식재료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왜 arroz con leche(쌀과 우유라는 뜻으로 라이스푸딩인데 자주 먹는 디저트의 일종이다) 같은 걸 만드는지 이해가 된다. 밀가루 같은 거니깐 우유도 섞고 설탕이랑 시나몬 가루도 막 뿌리는 것이다. 물론 이해는 하지만 나도 빠에야만 좋아하고 아로즈 꼰 레체는 못 먹겠다. 

Arroz con Leche (Getty Images/iStockphoto)

스페인의 식사 시간은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Desayuno 아침을 커피(유리잔에 마셔야 됨)와 간단한 비스킷 또는 빵과 먹는다. 그리고 10시 쯤 출출하니까 뭘 좀 먹고, 12시에도 출출하니까 뭘 좀 먹고(?), 2시에 점심을 먹고(??), 6시에 입가심을 좀 하고(???), 8시(면 다행이고 여름엔 10시)에 저녁을 먹기 시작한다(????). 당연히 예외는 존재하고 이들도 다른 나라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이므로 암묵적인 삼시세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마드리드가 아닌 소도시를 갈 땐 레스토랑 아워를 잘 체크하길 바란다. 

 

보까디요

한국에 김밥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보까디요가 있다. 샌드위치라고 봐도 무방한데 바게뜨 빵에 뭐 끼워먹으면 다 보까디요가 된다. 보까디요 데 하몽은 하몽 끼운 보까디요, 보까디요 데 아뚠은 참치 끼운 보까디요 이런 식이다. 학교나 직장에 싸 가서 점심으로도 많이 먹고 그냥 사 먹기도 많이 먹는다. 따빠쓰 바를 가도 많이 먹고. 별 것 아닌데 맛 없을 수 없는 맛. 

보까디요 데 깔라마요(오징어)

 

Callos a la madrileña / Cocido madrileño

스페인 각종 레스토랑은 메누 델 디아(Menú del día)라고 오늘의 런치 메뉴를 하곤 하는데 10-15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2개 메뉴와 후식을 먹을 수 있다. 이 때 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 중 하나인 까요 알 라 마들리레냐나 꼬씨도 마드릴레뇨는 마드리드 음식이다. 선지 해장국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이다. 토마토 베이스로 만들긴 하지만 각종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요리다. 

Callos a la madrileña 

 

Chocolate con porras / churros

스페인 사람들은 초콜릿을 좋아한다. 게다가 쪼꼴라떼에 미쳐있다. 스위스미스나 미떼 같은 핫 초콜릿을 생각하며 안 되고 쫀득함이 느껴지도록 쪼꼴라떼라고 해야만 한다. 그 특유의 꾸덕함은 이걸 베이킹하려고 녹인 걸 그냥 주는 건가 싶다. 그리고 Porra (두꺼운 것)와 Churro (얇은 것)을 이 쪼꼴라떼에 찍어 먹는다. 이 Porra와 Churro는 우리가 에버랜드에서 처음 접한 설탕과 시나몬에 절인 추로스 아니고 오히려 중국에서 아침에 자주 먹는 요우티아오 같다. 그냥 튀긴 건데 뭐가 맛있지 하지만 도넛인데 맛있지. 물론 갓 튀겼을 때 맛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100년 이상 된 San Gines인데 24시간 열었고 코비드 이전에는 클럽 갔다가 여기 가서 해장하고 이런다고 했다. 물론 나는 마드리드 있을 때 어린이었으므로 한 번도 안 해봤고 해장을 쪼꼴라떼로 한다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해장에 초콜릿이 좋다고 해서 몇 번 초코우유 먹어 본 적은 있다. 

 

Mahou

마오우는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맥주고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준데 요즘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1위 맥주라고 마케팅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가 카스임을 감안하면 그 정도의 맛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오히려 난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한 Estrella Damm (그 중 까만 병)이 인상적이었다.

맥주 매니아라면 Una cerveza, por favor 우나 세르베짜 뽀르 빠보르!는 외우고 가면 흐름 안 끊기고 마실 수 있을 듯.

 

Cochinillo Asado

마드리드 Plaza Mayor를 둘러싼 곳 중에 Botin 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다. 1725년에 설립되었고 가장 유명한 것은 사실 세고비아의 대표 음식인 꼬치니요 아사도(새끼 돼지 구이)다. 특별히 맛있다기보단 친구들이 마드리드 놀러왔을 때 몇 번 갔다. 헤밍웨이가 자기 소설에 이 레스토랑을 언급하기도 했다는데 헤밍웨이는 대체 전세계를 언제 이렇게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이 사람이 마셨던 것, 먹었던 것, 살았던 곳, 왔다간 곳 진짜 다양한 곳에 있는 것 같다. 

 

마드리드에서 장보기

주로 엘 꼬르떼 잉글레스 라는 백화점인지 마트인지 알 수 없는 곳의 식품코너에 갔었다. 엘 꼬르떼 잉글레스는 스페인 유일의 백화점 체인인데 요새 보니 코비드 직격탄을 맞고 디지털 변화에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힘든 시기를 겪는 것 같다. 

기숙사 근처에 마트가 없어서 어차피 Sol에 나온 김에 가다보니 결국 엘 꼬르떼 잉글레스를 자주 가게되었는데 보통은 Mercadona, Lidl, Carrefour, Alcampo 등을 가는 듯. 아무래도 엘 꼬르떼 잉글레스가 더 비싸다. 

일본처럼 푸딩 진짜 좋아한다. Flan이라고 하는데 레스토랑 후식으로도 많이 나옴
캬 왕자님... 스페인 과자는 아니지만 정말 초코가 초크초크함. 나는 초콜릿 안 좋아하는데도 이건 거부할 수 없는 맛.
추억의 엘 꼬르떼 잉글레스 봉지(예전에 누가 마드리드 여행갔다가 이 봉지 갖다 줘서 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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