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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1, 시간 구분 없이 흐르는 코비드 시대

벌써 쿼런틴 아닌 쿼런틴을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인턴도 이제 2주 남짓 남았고, 인턴을 한다고 미루기만 했던 할 일들도 닥쳐오는 느낌.

오기 전부터 어렴풋이 알았던 것이긴 하지만, 미국의 민낯을 여실없이 체험하고 있다. 인종갈등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바탕으로 경제, 정치, 지역, 연령 간 분화가 얼마나 심한 건지. 그리고 이런 복잡한 다이나믹스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는 건 무엇인지. 입 닫고 니 일이나 잘해서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기술로) 쟁취하라는 아시아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왜 여전히 아시아인은 이 인종 갈등에서 제 3자 취급을 받는 건지에 대한 생각. 내 나라의 이분화도 견디지 못했던 내가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건 그냥 눈과 귀 틀어막고 살겠다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 근데 코비드 자식은 날 멱살잡고 이 현실을 볼 수 밖에 없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정말 크고, 외국인이 첫 발을 내딛기란 너무 어렵지만 할 일도 많다. 한국에서 아무리 지금 일이 재밌어도 옆으로도 위로도 올라갈 구석 없이 답답하단 느낌을 가졌던 것과는 다르다. 다만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운에 맡겨야 될 뿐. 모티베이션을 위해 프렌즈를 틀어놓을까 생각중이다. 판타지가 없다면 열심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코비드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 것일까. 나의 멘탈도 점점 멘탈 상태인 것 같지만 비즈니스는 어떻게 버티는 지 궁금하다. 메일 프로모션함은 매일 전례없는 세일을 하는 리테일러들의 프로모션으로 가득하고, 분명 한 달 전에 80%에 이르는 세일을 했던 것 같은데, 다시 샘플 세일을 하고 있다. 콧대 높던 띠어리도 티비도 끝날 듯 안 끝나는 세일을 이어간다. 이 시기, 돈을 벌고 있지 않고, 무려 엄청 까먹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사실 잠옷과 운동복만 입고 있는 지금 이런 게 뭐가 필요 하겠는가. 내가 갖고 있는 수많은 예쁜 옷들도 옷장에 처박혀 혼자 놀고 있다. 아, 물론 화장품도.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암담한데 코비드 수혜를 받는 소수의 회사 (주로 B2B 테크)를 제외하고서는 하루하루 어떻게 버티는 걸까 싶다. 이 시기가 끝나고도 한 동안은 어려울 텐데 그 부정적인 예측을 뚫고도 긍정 회로를 돌리며 임금을 주고, 임대료를 내는 것은 어떤 무게일까 싶다. 역시 CEO는 안 되나보다.

아 언제까지 보이지 않는 코비드를 견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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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 202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