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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서

 

2017 May

지난 겨울이 시작되던 때부터 한창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갈 만나면 그는 어떤 생각인지 궁금해서 때론 물어봤고 때론 혼자서 짐작해보기도 했다. 대단한 삶을 꿈꾼 건 아니었고 어떤 타인의 삶이 부러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언젠가는,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무언가에 재능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 내 삶은 너무 평범하기만 하니까. 오히려 일상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고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니까. 일하고 운동하고 누군갈 만나면서 사소하게 즐겁다는 사실이 가끔 답답하고 불안했다. 사는 거 별 것 없단 말을 주문처럼 외면서도 벌써 그렇게 믿어버리기엔 뭘 놓쳐버리는 것 아닐까 망설이고만 있었다.

일요일에 ‘댄서’라는 영화를 봤다. 가난한 우크라이나의 아주 재능있는 발레리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런던 The royal ballet의 최연소 수석무용수가 되었지만 방황 끝에 어느날 자리를 박차고 나와 러시아에서 다시 커리어를 시작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춤을 춰 가며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게 되는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영화 중반인가 어느 순간부턴 내내 울고 있었다. 가족 모두가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를 한껏 몰아붙여야 했던 그와 그의 엄마도 슬펐고 이렇게 춤을 추면 언젠간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모두 헤어져버렸다는 것, 아무리 벗어나려해도 춤을 안 추는 날 몸이 더 아프다는 것도 슬펐다.

그리고 가장 크게는,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무언가 한 가지를 세계에서 손꼽히게 한다는 사람이 길을 잃은 듯 일상을 이어나간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런 사람은 인생의 의미가 또렷해서 되풀이되는 일상을 살아도 나보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조차 왜 이렇게까지 춤을 추어야하는지 고민했고, 평범하게 우크라이나 작은 마을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고, 완전히 다른 걸 해보는 건 어떨까 망설였다. 마음을 쓰는 인간은 어떻든 괴로울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추는 춤이 너무 아름다웠고, 도약해서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추는 듯 해서 화면을 통해 보는 나조차 숨을 참아가며 함께 시간을 멈춰야할 것만 같았다. 그런 사람이 춤을 안 추는 건 세상이 무언갈 잃어버리는 것일테지만 아무쪼록 그가 춤을 추고 안 추는 문제는 순전히 그 자신의 선택이 될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여전히 객원 아티스트로서 여러 발레단과 공연을 하고, 또 자신만의 춤을 추는 댄서다. 선택은 늘 최고일 수 없고 최선이면 다행일 뿐이어서 결국 어떤 건 잃게 된다. 또 이것이 최선인지 항상 의심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어쨌든 그가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고 행복하면 좋겠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재미없을 것 같아서 처음 봤는데 재밌었다. 물론 영화관에 앉아서야 집중해서 보는 거겠징